꿈나무 책
곁에.서. 권일한 글 / 새물결플러스 · 2023년 06월 07일
1. 책을 읽기 전에 아는 동생이 쓴 소개글
곁에.서.를 시켜 놓고, 아직 읽기 전에
(읽기 전이니 독후감이 아니라 독전감이라 해야 하나, 그래도 추천사라 해야 하나.)
나는 이 책의 '곁에'와 '서' 사이의 온점’.’의 의미를 감히 추측할 수 있다.
나는 지난 2013년 즈음부터 곤혹스런 면역 이상을 앓아 왔다. 고통스러운 그 기간 동안 많은 이들과의 관계가 질병때문에, 질병에서 오는 내 무능력 때문에 끊어졌고, 그 중 몇몇은 먼저 내쪽에서 정리했다. 고통의 기간 동안 사람들에게는 의외로 고통스러워하는 이 "곁에" 그저 함께 "서" 있으며, 함께 아파해줄 능력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러한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나에게는 날카로운 상처로 남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고통스러워 하는 이 앞에서조차 무의식적으로 능력 있어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어떤 이의 경험, 또는 많은 이들의 정제된 경험이라 하더라도 한 개별적인 고통 앞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럴 때 많은 이들이 하게 되는 흔한 실수는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유사한 해결책을 고통에 처한 개인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이건 이렇게 하면 돼. 이럴 때일 수록 힘을 내야지 임마, 죽을 정도는 아니잖아- 같은. 그러나 그렇게 내 해결과 너의 해결, 내 서사와 너의 서사가 같을 것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사고 속에서 고통에 처한 이는 또다시 괴로울 수밖에 없다. 그 단순한 일반화가, 조언이, 또 과장된 마음표현이 받는 이에게는 또다른 폭력, 고통이 되고 마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의 저자 권일한(형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내가 그에 대해 아는 지극히 작은 조각은 그 힘든 시간 동안 내 곁에. 그저. 서 있어 준, 내 문제 앞에서 자신의 무능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준 몇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과, 진실에 관해서 강박에 가까운 무엇이 있다는 것 정도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면 때문에 나는 내 삶에서 가장 힘겨운 기간 동안 그에게 언제나 전화할 수 있었고, 좀 나아진 때에는 찾아가 밥까지 청할 수 있었다. 나에게는 이 두가지만으로 충분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가 또 다른 책. 곁에.서.를 낸다고 했을 때, 그것이 화재사고로 아파했던 아이들의 이야기임을 듣고서 망설임 없이 책을 주문했다. 그는 그저 고통스러워 하는 이의 곁에. 서. 있어 줄 수 있는 사람이고, 생각하는 척, 사랑하는 척 페이지를 낭비할 사람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적어도 글로 아픈 이들에게 또다른 폭력-헛된 조언이나 부푼 거짓 마음-을 전할 이가 아니었기에 나는 안심하고 오랫동안 아파하는 이의 곁에서 함께 서 있었던 그의 이야기를, 깊게 듣고 싶어졌다. 아직 읽지 않았지만 분명 그는 그들 곁에, 그저 서 있었을 것이다. 그 기간 동안 그가 ‘아팠다’고 썼다면 나는 그가 정말 아팠구나 믿을 수 있다. 그의 마음은 글 속에서 그렇게 투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아이들의, 사람들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그저 서 있어야 했던, 열리고 나서도 그저 자신의 마음을 문지르며 얼얼히 서 있어야 했던 그의 무기력한 마음을, 그러면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용기를 나는 읽고 느끼고 배우고자 한다. 오랫동안 고통으로 아파했지만 나는 아직도 그저 어떤 다른 고통스러운 이들의 곁에. 그저 서. 있는 그 마음을, 시선을 배우지 못했다. 책으로 그런 마음의 길을 함께 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가까운 일상에서 저자 권일한(형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나에게는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아프고 힘겨운 시간을 보낸 이에게, 또는 아프고 힘겨운 이와 함께 있어야 하는 이에게 이 책을 감히 추천드린다. 채 읽기도 전에, 분명 우리 깊은 마음과 함께 해 줄 책이므로
2. 출판사 대표님이 쓴 글
2012년 강원도 삼척 도계읍에 있는 산골 작은 교회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났습니다.
탄광촌 지역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교회에서 무료로 공부방을 열었다가 가스 누출로 인한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이 사고로 목사님 부인이 죽고 9명의 아이가 화상을 입었습니다.
그중 5명은 인근에 소재한 소달초등학교 학생들이었습니다.
전교생이 총 14명인 학교에서 다섯 명이 사고를 당한 것이었습니다.
학교는 초상집 분위기로 돌변했습니다.
인근의 주민들은 자식을 소달초등학교에 보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소달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는 교사도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로지 '예수님의 마음'으로 소달초등학교에 가서 사고를 당한 아이들이 모두 무사히 졸업할 때까지 그들의 '곁에' '서서' 친구가 되어 준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 '예수님의 사랑'을 갖고 갔는데, 막상 그곳에서 맞닥뜨린 현실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소달초등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화재 사고 외에도, 여러 종류의 아픔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홀부모와 살고 있었고, 흔히 탄광촌을 가리켜 '막장 인생'이라고 부르듯, 경제적으로 어려워 그곳까지 흘러들어온 집이 많았습니다.
이런 아이들과 하루 종일 친구처럼, 동네 형 혹은 오빠처럼, 부모처럼 붙어 살면서, 그들에게 '곁'을 내어주고, 그들의 '마음'을 얻기까지 적잖은 대가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상처 입은 아이들이 다른 상처 입은 아이를 위로하는 법을 함께 배웠고, 무사히 고등학교까지 졸업했습니다.
권일한 선생님과 이 책을 쓰기로 처음 약속한 것은 10년 전인 2014년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때, 권 선생님과 소달초등학교에서 만났던 아이들 이야기를 쓰되, 그러나 그 아이들이 모두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이야기를 풀어보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두 사람 다 10년 전 약속을 지켰습니다.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nd/4.0/deed.ko
권일한 선생님의 책뜨락에서 옮겨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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